[스크랩] 소요산을 다녀와서
때는 바야흐로 가을의 절정 단풍의 계절,
기온도 서늘하니 산행하기 아주 좋은 때 이지요.
초가을 수락산을 오르내리며 길에 떨어진 도토리을 주워 나른게
한 바가지는 되길래 믹서에 갈아서 녹말을 내려놓고
가끔 물갈이 해주면서 보니 그래도 녹말이 꽤 되더라구요.
작년에 남은 가루 와 함께 섞어서 저녁에 묵을 쑤었지요
벌써 몇년째 해오던 터라 제법 묵장수처럼 꽤나 괜찮은 솜씨랍니다.
네모진 그릇에 부어서 잘굳게 두고 잠을 청했지요.
이른아침 묵 한통 썰어담고
더담을까 하다가 메고 산에 오를생각하니 힘 들겠더라구요.
양념간장 만들고 냉장고에 야채 꺼내서 썰어담고,
밥은 반찬 필요없는 김밥으로 ......귤은 나눠먹어야 하니 열댓게, 그것만으로도 배낭은 묵직하고.....
8시40분 의정부역 대합실.. 수많은 인파중에 낯익은 얼굴을 찿아 두리번 거리니
저만치 적토마님과 새롬이님이 보이고 .. 반가운 안사를 나누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서 마시며
다른 일행들을 기다렸지요.
미리 대기하고 있는 기차로 내려가니 좌석마다 배낭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고 그나마
빈자리는 거의 없는 상태,
다행이 먼저오신 울님들이 잡아놓은 자리에 앉을수 있었죠.
서서간들 30여분인데...
송이님과 진주강님 을 끝으로 우리 일행은 모두 탑승 완료...
9시 20분 출발을 알리는 멘트와 함께 기차는 역사를 빠져 나가고 있었죠.
러시아워 때 만큼 기차는 좌석 입석 꽉 차고 대부분 사람들이 등산복 차림인걸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만큼 산을 즐기는 나라가 어디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별 영양가는 없지만 즐거운 수다로 금방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소요산역...
물밀듯이 인파는 거리로 쏱아져 나가고 울 일행도 역 밖에서 정리를 해서
복잡하지 않은 길로 택해서 등반을 시작했죠.
초입에서 단체 사진 찍고
그저 다른 산과 다를게 없이 편하게 가리라 생각하며 일행들중에 제일 뒤에서 걷기 시작했는데
낯익은 얼굴들을 제치고 열심히 걸었는데 한참을 가다보니 울산벗 선두님들이 하나두 않보이더라구요.
내가 길을 잘못 들어섰나 하고 되돌아 보니 잘못 들어설 길이 없는데 ...
한참을 더 가다 새롬님 한테 전화를 하니 얼마 않쳐져 있는거 같아서 부지런히 걸었죠.
실미도님이 힘들어 하는 내게 막걸리 한잔을 권하고, 마침 목마르던 차에 얼마나 시원하던지...
기왕 쉬면서 먹는거 제데로 먹자고 내가 싸간 묵을 꺼내고 ,
간장을 찍어먹다 야채를 넣고 무쳐서 뒤늦게 도착한 산오름방 님들도 나눠주고 ...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며,
힘들더라도 더가져올걸 하는 후회를 속으로 했답니다.
적으니까 맛있는거야,이런데 나오면 뭔들 맛없을까...
그렇게 잠짠씩 쉬며 사진 찍으며 하,중,상,백운대를 지나고
한봉우리 지나면 숨어있던듯 짠하고 나타나는 봉우리들...
나한봉을 지나서 점심먹기로 하고 능선을 타다보니, 붉게 물들어 아름다워야할 나무들이
가을 가뭄에 메말라 온통 갈색 으로 변하고 있네요.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게, 이높게 까지 단풍나무가 많은곳이 흔하지 않고 또 아름다워서
가을 소요산 단풍은 유명한데 올 단풍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물들어 보지도 못하고 말라
버렸네요.
힘들게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나한봉 정상...
배낭의 무게를 줄이자고 또 귤 봉지를 꺼내놓고...콩한쪽도 나눠먹는 우리내 인심이 산에선 한층 더 빛을 발하죠.
뭐든 누구든, 먹을수 있으면 나눠먹고 줄수 있으면 나눠주고 ,그래서 힘든 산행을 한번 하고나면 그만큼 더 친해지는게 아닐까요?
나한봉을 지나 의상대를 넘어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시작합니다.
상추쌈에 젖갈에 김치도 몇가지 부침개에 김밥, 컵라면 온갖 종류의 밥과 반찬이, 그리고 후식으로 과일이... 뷔페를 옮겨놓은듯...
그렇게 맛나게 점심을 먹고 조금의 커피도 한모금씩...
이제 마지막 남은 하나의 봉우리 ...공주봉, 그곳에 공주님이 있을까?
등짐은 가벼운데 지고가던 짐을 몽땅 뱃속으로 옮겨담아서 더 힘든 마지막 고비가 될듯
수상한 조짐이 보인다,
얼마쯤 가다보니 하산하는길이 보이고 힘겨워 절절 매던 햄토리님과 내가 그리 내려갈까?를 눈빛으로 ...
기왕에 내친걸음 별루 않높다니까 끝까지 함께 가자고 맘먹고 햄토리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앞에 일행을 따라 갔지요.
공주봉 300m ...까짖거 나한봉두 넘어왔는데 그것쯤이야...했더니 영일만님 하시는 말씀 ..이런데서 300m 는 장난이 아니라고 하시네요.
않그래도 힘들어 죽을지경인데...
역시 그렇구나 , 가다보니 가파른 오르막길이 서너 발자욱을 못가고 쉬게 하네요.
햄토리님은 머리가 아프다하고, 이젠 어쩔수없이 오를수밖에 없는길...
나도 숨을 몰아쉬며 에구 소리가 절로 나는데...뒤에서 잡아 당기는 종아리를 겨우 옮겨가며
위를 쳐다보니 어느새 하늘이 훤히 보이네요.
대장님의 "고생끝 행복시작 "이란소리가 얼마나 반가운지...
오르막은싫어 내리막이 좋다고, 힘들어 하시던 진주강님도 얼굴이 환해지고,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 공주봉에 도착
공주님! 어디있나요?
나중에 누가 그러는데 그공주님이 선녀탕에서 목욕하고 있었다네요.
선녀탕에서 목욕하고 다시 여기까지 오려면 또 땀에 흠뻑젖을 텐데 공주님도
힘이 넘치는 분인가 보네요.
뒤쳐진일행 기다리며 사진도 찍고 마지막 남은 먹을거리 꺼내서 다시 기운 보충하고...
드디어 하산~~~
오른만큼 내리막길도 쉽지만은 않았죠.
경사도 심한 돌밭길을 한없이 걸어서 와~~~평지다~~~
소요산 입구쪽에 오니 시원한 약수에 물한모금 마시고 손수건 빨고..으미 시원한거.......
먼저 내려온 실미도님 유달산님들과 합류,
삼겹살과 버너까지 챙겨오신 어느님 덕에(수염기른 예술가님 )
넓은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앉아 모자른 삼겹살과 소주 보충해서
맛있는 묵은지와 함께 하산 뒷풀이를 했지요.
인사할때 누구라고 말씀 않하셔서 그냥 수염기른 예술가님 이라고 하죠.
고마웠구요,덕분에 뒷풀이 잘끝냈어요.
6시20분 기차시간 마춰서 역으로.....그리고 의정부 역에서 각자의길로 안녕~~~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
하나님! 부탁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여름에 물장난 하지 마세요.
그렇게 쓸데없이 물장난 치니까 요즘 물이 모자라지요.
여름에 아꼈다가 적당할때 조금씩 필요할때 내려주세요.
아직 많이 늦진 않았거든요.
지금이라도 비좀 적당히 내려주세요.
단풍나무가 넘넘 불쌍해요
빨개야할 애들이 누렇게 말라서 불쌍해서 볼수가 없네요,
아직 파랗게 자라고 있는 단풍들이 붉은색옷 입을수 있도록
도와주실거죠?
꼭이요...하느님 부탁드려요~~~
아 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