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가을 예상치 못했던 갑상선 암이 발견되어
바쁘게 원자력병원 쫓아다니며 세포 조직검사하고 수술날 잡고
수술 준비 단계로 PET CT 사진 촬영하고...
12월에 7박 8일동안 입원 수술하고 퇴원후 정기 검진 과 동위원소치료..
그렇게 바깥구경도 제데로 못하고 병원과 집만 오가며 보낸 몇개월.
어느새 꽃소식이 한창이던 봄날도 서서히 사라져가는 오월에 울집 세식구만의 오붓한
안면도 어느 펜션으로 짧은 나들이를 계획 했지요.
12일 새벽 4시쯤 집에서 떠나자고 약속을 하고 잠이 들었는데
새벽 두시되니 저절로 잠이 깨어 멀뚱멀뚱...
누워서 엎치락 뒷치락 하다 일어나 씻고 작은아이스박스에 물이랑 반찬 챙겨담고
식구들 갈아입을 옷도 한가방 챙기고 산에서 나물뜯을 장갑이랑 비닐봉지도 챙기고.아들을 깨웁니다,
문단속 단단히 하고 집을 나선시간이 4시30분...
약간의 구름이껴서 다섯시면 훤하던 하늘은 여전히 어둠속입니다,
씽씽 막힘없이 고속도로를 달려 서산 휴게소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안면도 샛별해수욕장 주변 예약해둔 펜션에 도착한시간이 오전 8시쯤...
펜션 쥔장은 늦잠이 들었는지 기척이 없네요,
펜션앞에 차를 대놓고 준비해간 장갑과 비닐봉투를 챙겨들고 주변 야산으로 올라가니
여기저기 고사리가 눈에 뜁니다.
예전에 제주도 갔을때 처음 고사리를 꺽어보고 이번이 두번째...
아들은 여기저기 시골풍경에 사진찍기에 바쁘고 울 대장이랑 둘이서 열심히 고사리를 꺽다보니
펜션 쥔장 아줌니가 아는척을 하시네요.
내려가서 커피한잔을 얻어 마시고...
고사리가 더많은 곳을 갈켜 주시겠다고 우리를 데리고 다른산으로 인도 하십니다,
벌써 몇번 사람들이 스치고 지난자리라 여기저기 고사리를 채취한 흔적이 많네요.
그래도 또 새로 올라온 고사리들이 제법많아서 꺽는 재미가 시간 가는줄 모르고 숲을 헤집고 다니게 만듭니다,
두어시간 꺽고나니 비닐봉투가 제법 불룩...
오후에 펜션에올 손님들도 꺽어야하니 그만 가자고 펜션으로 돌아와 급히 큰솥에 물을 끓이고
우리가 채취해간 고사리를 삶아서 햇볕에 널어주시네요.
점심은 펜션쥔장 오빠가 하신다는 영목항에 조개구이집으로가서 세식구 오붓하게 조개구이로 점심 때우고
돌아오니 바닷물이 다빠졌다고 얼른 바다로 가자고 하시잖아요.
바닷가 까진 쥔장 차로 데려다 주시는데 쥔장 성격처럼 비포장 도로를 왈가당 달가당 급하게 달려
우리를 내려주시고 오후에 오시기로한 손님들 오실 시간이라고 또 급히 가십니다,
면장갑을 끼고 바닷가 물빠진 바위틈을 헤집어 똘게 도 잡고 소라도 잡고 물에 잠긴 커다란 돌을 들어 해삼도 잡고..
그렇게 또 몇시간을 즐기다보니 가져간 통이 제법 무겁습니다,
아들은 통들고 다니랴 사진찍으랴 바쁘고 바닷물도 서서히 들어오고 있네요.
펜션으로 돌아가는길은 걸어서 시골의 풍경도 감상하며 길가에 노랗게 핀 유채꽃 구경도 하면서
취나물도 뜯고 돌미나리도 뜯고 쑥도 뜯고...
잠시도 그냥 버리기 아까운 시간 인지라 뭐든 하고있으니 아들이 하는말
"아이구 울엄마 아주 여기있는 풀들 몽땅 뜯어갈 모양이네" 합니다,ㅎㅎ
"어짜피 내가 뜯지 않으면 곧 못먹게 될 나물들인데 어떠냐?보약이 따로 없어 이런게 보약인겨"
그렇게 펜션으로 돌아오니 북적북적 중년의 부부동반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우리가 채취해간 소라랑 게를 들여다 보시며 부러워 하십니다,
부지런히 게를 씻어서 쥔장네 주방에서 양념해서 게를 볶아서 한접시 중년부부팀에 드렸더니
맛있다고 쥔장 아줌마가 간장게장을 주시면서 게볶음을 좀더달라고 하시더라구요.
바삭바삭 고소한게 정말 술안주로도 최고인것 같네요.ㅎㅎ
그렇게 안면도산 해산물과 산채로 저녁식사를 하고 즐거웠던만큼 몸도 천근만근 주체할수 없을 만큼 녹초가 됐어요.
대충 씻고 옷갈아 입고 초저녁 8시밖에 안됐는데 완젼 그로기 상태였답니다.
내집이 아니고 자리뜨면 잠을 못자던 성격인데 얼마나 힘들었던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개짖는 소리에
잠이 깨어보니 밤 열두시...
그뒤로 또 잠이 안와서 일어나서 창밖을 보다 개구리 울음 소리도 듣다...
이름모를 밤새 소리도 듣고 또 그렇게 새벽을 맞이 했습니다,
아홉시쯤 천천히 나서자는 대장을 재촉해서 아침밥 대충 챙겨먹고
펜션 청소도 맑끔하게 해놓고 쥔장한테 가서 인사를 하니 뭐 그렇게 서둘러 가는냐고 합니다,
올라가는길에 여기저기 구경좀 하면서 가련다고 너무 잘 놀다 간다고 인사를 하니
자기가 바빠서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서 오히려 미안하다고 합니다.
중년의 여자 혼자서 펜션 운영하랴 어촌계장도 하랴 농사도 지으랴. 얼마나 바쁜줄 뻔히 아는데
그래도 덕분에 우리가 너무 즐겁게 잘지내다 간다고 다음에 또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아쉬움의 발길을 돌렸습니다.
출발한 시간이 오전 8시30분...
오는길에 안면암 들려서 바닷물 가득찬 부교위를 걸으며 사진도 찍고
홍성 속동 갯벌마을 이란곳이 있길래 잠시 들려 전망대에서 천수만 구경도 하고...
길나서면 도로에 차막힐까 제일 겁내는 울집 대장님 덕분에
그길로 부지런히 휴게소 한번도 안들리고 서울로 고고씽~~~
아들이 인터넷 검색으로 맛집 찾아서 점심은 태능입구 갈비집으로...
갈비 2인분 시키고 시원한 냉면에 갈비싸서 뚝딱 점심도 때웠답니다
집에 도착한 시간 오후 2시...
집에오니 또 온통 나의 일꺼리 뿐입니다,
고사리 덜마른것 펼쳐널고 쑥 씻고 데쳐서 한덩이씩 지퍼랲에 담아 냉동실에 넣고
반찬 남은것들 나물 뜯어온것들 냉장고에 챙겨넣으니 씻을 힘조차 없네요.
옷갈아입고 대충씻고 세탁기에 빨래는 내일 하자고...
노는것도 체력이 받쳐줘야 즐겁지 힘이드니 이건 중노동이 따로 없는듯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것이 요며칠동안 열심히 운동하며 조금 몸을 단련 시켜놓은 덕분에
이만하게 견딜수 있었다 싶습니다,
촉촉히 비내리는 아침 우산쓰고 공원나가 한시간 걷는걸로 운동을 마치고 들어와
어제 못한 세탁기 돌려서 빨래 널고 이제야 1박2일 나들이 흔적을 다 정리 했답니다,
몸은 많이 힘들고 지치지만 마음은 안면도의 이쁜 풍경들이 가득 채워져
한동안 그생각만으로도 행복할것 같은 예감 입니다,
그래서 여행은 나의 좋은 벗이며 좋은 보약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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